여행일지 -해외-/09' 유럽

[Gosotopo 유럽여행 2009] -24일째- 루체른, 악.몽.의.밤

고소토포 2011. 3. 20. 19:54
09.07.20 Mon
 

루체른역은 깔끔하면서도 상당히 번잡했다.

우린 구글지도에서 뽑아온 루체른 벡페커스의 지도를 보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좀 본 다음에 역을 나왔다. 


루체른의 해는 독일보다 짧은듯, 밤 9시도 안됬는데 벌써 노을이 깔리고 있었다.


루체른역 바로 옆에 있던 요상한 건물.

KKL Luzern 이란 건물인데, 건축가 장누벨의 지휘로 1998년 8월 19일에 개관된,  
루체른 문화 컨벤션센터, 줄여서 KKL 이라 불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공연장 중에 하나라고 한다.

이 공연장덕분에 루체른은 1년 365일 내내 음악축제가 열리는 도시가 되기도 하였다. 


이날도 음악축제가 있었는데
바로 스위스의 대표적인 음악축제라는 블루볼 페스티벌 (Blue Balls Festival) 이 펼쳐지고 있었다.


KKL앞의 인공호수.

벗뜨,

우리는 루체른에 도착했을 당시 이 KKL건물이 뭔 건물인지도 몰랐을 뿐더러 블루볼페스티벌이 뭔지도 몰랐기 때문에...


걍 수많은 인파가 북적거리는 행사장을 얼떨떨해 하면서 지나갔다.


KKL 바로 옆은 루체른 유람선 선착장이었다.


해가 지는, 텅빈 선착장에는 음악축제를 즐기러온 유럽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우리도 얼른 숙소에 가서 짐풀고 나와서 이 생판 모르는 축제에 끼어들기로 하고 숙소로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숙소로 가면서, 눈에 보이는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던 도중에,
어떤 외국인이 사진 같이 찍자며 내가 카메라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곳으로 뛰어와서 점프했다. 실실 웃으면서
(위 사진 오른쪽 아래, 이 내밀고 뛰어오는 놈 ㅡㅡ)

쌩깠다.
-0-


선착장에 있는 화려하...진 않지만;;; 암튼 유람선들.


저 멀리, 노을에 붉게 물들어가는 티틀리스 산이 보였다.

그렇게
피빛처럼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서 우리는 저주받은 이날의 대미를 장식하는 피날레가 벌어질 숙소로 가고 있었다.


Seepark

시팍...시발...

잠시후의 우리 상황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듯한...;;


나중에 벌어질 상황을 모른체 당당히 Hell Gate 를 통과하는 찬호


루체른 벡페커스에 들어가니
조그마한 창구의 유리창 너머의 서양누님이 미소로 받아주었다.

그리고 우리를 힐끗 보더니 코리안? 이라고 묻고는 종이한장과 함께 코팅된 종이를 내밀어 주었다.


종이는 투숙카드였고 코팅지는 그 투숙서에 한글로 설명해 놓고 코팅해 놓은것이었다 (한국인이 자주 오는듯ㅎ)

이런 뜻밖의 대우에 우리는 내심 기분이 좋아져서 얼른 예약비를 찬호의 카드로 지불하려했다.

근데.

찬호가 카드를 긁고 비밀번호를 입력하였는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아무리 소액이라도 카드를 사용할때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했다... 좋은듯)
오류.

응? 다시 한번 해봤는데
오류.

당황한 찬호. 천천히 다시 비밀번호를 입력하였는데
3회오류 게임 오버.

꺄아아아악@#%!@#$^!#&^

우리셋은 모두 당황해서 이게 뭐냐고 목소리가 높아져 흥분하기 시작했고,
직원누님은 누님대로 이놈들 뭐하는거야... 라는 눈초리로 우리를 처다보고...

우리는 다시 희언이의 카드로 긁은다음 비밀번호 창이 뜨는것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4자리가 아닌 12자리를 입력하라고 나오는게 아닌가??


희언이는 일단 자신이 알고있는 4자리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오류

그리곤 4자리의 비밀번호를 입력한뒤 나머지 8자리는 0을 채워넣었다.
오류

시밤바.

망할놈의 핀넘버 ㅡㅡ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우리와. 물어봐도 자신도 모르겠다면서, 얼른 돈이나 내라고 표정까지 바뀌어 독촉하는 직원 누님.
결국 우리는 일단 현찰로 지불하기로 하고 유로로 지불하였다. 스위스는 스위스프랑을 쓰기때문에 거스름돈은 프랑으로 받았다.

(숙박비는 1인당 31프랑)


그렇게 들어온 방.

난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렸고, 찬호의 카드는 정지되어 버렸고, 희언이 카드는 2회오류로 함부로 시도할수 없는 상황.
한마디로, 자금줄이 꽉 막혀버린 것이다. 앞으로 여행은 20일 넘게 남았는데...

이대로 귀국해야하나... 별별 잡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정돈안된 침대위에 드러누워서 이게 뭔 상황이냐며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